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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다시 한번 치킨값이 오르며 온라인과 SNS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치킨 한 마리를 먹기 위해 최소 3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몇몇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00~3,000원씩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고, 이를 두고 '치킨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치킨의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할까요? 단순한 간식이거나 배달음식 중 하나일 뿐이라면, 이 정도의 여론은 형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치킨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가족의 즐거움, 모임의 중심, 퇴근 후의 작은 위로이자 하나의 문화로 성장해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치킨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치킨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통닭의 시대
림스치킨과 조각치킨의 탄생
1970년대 중반, 지금의 치킨과 유사한 형태가 처음 등장합니다. '림스치킨'은 1975년 설립되어 2년 후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닭은 통째로 굽는 전기구이 통닭이 일반적이었기에, 닭을 부위별로 잘라 튀기는 방식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마늘, 생강, 인삼이 들어간 특제 가루를 입혀 조리한 '3G 파우더 치킨'은 전례 없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당시 기준으로는 비용과 설비가 많이 드는 고급 조리법에 속했습니다. 고온에서 튀기기 위한 전용 기기와 브레딩 테이블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식당에서는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고소득 시대와 함께한 치킨의 보급
1980년대에 접어들며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치킨은 점차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 말 기준으로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4kg에 불과했으나, 1980년에는 6.9kg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닭고기의 대중화와 함께 치킨은 더 이상 특별한 날만 먹는 음식이 아닌, 가족 외식의 대표 메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양념치킨의 등장, 한국형 치킨의 정체성
대구에서 시작된 양념의 혁신
1984년 대구의 먹자골목에서 처음 선보인 양념치킨은 한국 치킨의 새로운 이정표였습니다. 기존에는 튀긴 닭에 소스를 곁들여 먹는 형태였지만, 소스를 닭에 직접 버무려 먹는 방식이 탄생하면서 이른바 '양념치킨'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페리카나, 멕시칸치킨, 처갓집, 이서방치킨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나며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양념치킨은 고추장과 물엿, 마늘, 마요네즈 등을 혼합한 달고 매운 양념을 활용하면서도, 얇은 튀김옷을 통해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이후 한국 치킨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습니다.
조리법에서 브랜드까지, 독자적 진화
치킨은 단순한 요리에서 점차 브랜드화되었습니다. '엠보치킨', '크리스피치킨', '허브치킨' 등 튀김옷의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소이갈릭', '치즈파우더', '스노윙' 등 다양한 시즈닝을 활용한 메뉴들도 연달아 출시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치킨이 단순한 배달음식을 넘어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선택지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치킨집의 대중화
IMF와 함께 늘어난 치킨 창업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었지만, 자영업 특히 치킨 산업에는 오히려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대량 실직과 구조조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었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치킨집이 주목받았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BBQ는 IMF 직후 1,0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하며 치킨 창업 붐을 이끌었고, 이와 동시에 ‘치킨집 사장님’이라는 대중적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교촌치킨, 지코바 등 개성 있는 브랜드들도 연이어 등장하며 업계의 경쟁은 한층 심화되었습니다.
콘텐츠로 확장된 치킨의 역할
광고, 예능, 드라마까지
2000년대 이후 치킨은 단순한 배달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발전합니다. 치킨 브랜드들은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CF를 제작해 치킨을 '스타가 먹는 음식'으로 각인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전지현 치킨', '소녀시대 치킨'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광고 효과는 막강했습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치킨 게임', '치킨 쟁탈전' 등 다양한 포맷으로 활용되었고, 드라마에서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치킨을 먹는 장면은 한국인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묘사되었습니다. 치킨은 문화적 상징이자, 공감의 코드로 진화한 것입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치킨
뉴욕과 파리에서도 통하는 한국의 맛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식 치킨은 해외에서도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뉴욕, LA, 파리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Korean Fried Chicken'이라는 이름으로 메뉴판에 당당히 자리잡았고, 한국 브랜드들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치킨의 강점은 바로 그 바삭함과 다채로운 양념입니다. 소이갈릭, 불닭, 허니버터 같은 독창적인 맛은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으며, K-드라마와 K-팝의 인기로 인해 치킨 역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치킨값 인상은 단순히 식재료 원가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치킨은 한 끼의 식사이자, 문화이고 추억이며 나아가 산업입니다. 월급날의 기쁨, 친구들과의 모임, 가족과의 소소한 축하, 그리고 누군가의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창업 아이템까지.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치킨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치킨은 계속해서 변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면서, 또 다른 문화적 코드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치킨을 둘러싼 한국인의 애정은 단순한 가격 논쟁을 넘어서,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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